이번 이야기의 소재는 ‘군자(君子)’이다. ‘군자’는 우리 일상에서 ‘성인군자’, ‘도덕군자’ 등 다른 단어와 결합하여 복합단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흔히 인격적으로 뛰어난 자를 가리킨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실적 감각 없이 옛날의 도덕적 잣대만 들이대는 인간이나, 사람만 마냥 좋아서 소위 ‘호구’인 인간을 비꼬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군자’의 원래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선 글자 그대로 풀어 보자. 君(임금 군)+子(아들 자). 임금의 아들이다. 물론 ‘군자’가 임금의 아들만 가리키지는 않는다. 군자에 포함되는 자들로는 임금의 아들들만이 아니라 조카, 손자, 증손자, 그리고 임금에게 자식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가신(家臣)도 있다. 다시 말해서 신분적으로 귀족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공자(孔子)가 살았던 당시의 지배층을 형성했다.
그런데 공자가 보기에 당시의 지배층은 지배층답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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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하게 생기지 않았나?^^)
공자가 살던 당시의 중국은 춘추시대에 처해 있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역사적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주(周)나라는 은(殷)나라를 무너뜨리고 중국을 지배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교통·통신 등의 통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집권적 통치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주나라 왕은 중앙의 일부만을 자신이 직접 다스리고 나머지 지역을 분할하여, 자기 뒤를 이어 왕이 될 장남을 제외한 아들들, 형제들, 부하들을 그 지역의 임금, 즉 제후로 삼아 통치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왕과 제후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다는 것이다. 왕의 집안은 대종가(大宗家)가 되고 아들의 집안은 소종가(小宗家)가 되므로, 이런 제도를 ‘종법제도(宗法制度)’라고 한다. 이러한 인맥 위주의 권력 분배는 초기에는 대단한 효력을 갖는다. 이 세상에 아들처럼 믿을만한 존재가 어디에 또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그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 즉 손자의 능력이나 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갈수록 주나라 왕과 제후들 사이의 인척 관계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한 5대만 내려가면 왕과 제후의 관계는 남과 같아진다. 물론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도 하지만, 이런 요인 때문에 결국 주나라의 종법제도는 붕괴되고 만다. 그리고 종법제도가 붕괴되면서 중국은 춘추시대라는 혼란기를 맞는다.(주제에서 좀 벗어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도 이처럼 장황설을 펼치는 이유는 이 종법제도가 우리 사회의 재벌들의 권력 배분 시스템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종법제도의 붕괴 이후에 나타나는 혼란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를 당시의 지배층에서 찾는다. 공자의 생각에, “군자는 옳음(義)에 밝고, 소인은 이익(利)에 밝다(君子, 喩於義, 小人, 喩於利).” 여기에서 말하는 군자는 앞에서 말했듯이 신분상 귀족으로서 지배층이며, 소인은 신분상 일반백성으로서 피지배층이다. 그리고 ‘밝다(喩)’는 ‘관심을 갖는다’, ‘잘 안다’는 의미로서 “저놈은 돈에 밝다”고 했을 때의 ‘밝다’와 유사하다. 따라서 이 구절을 요즘 식으로 풀어내면, “지배층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피지배층은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해서 볼 점은 공자가 사실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당위를 말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에서의 지배층이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배층은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공자가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지배층이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관심을 가진 자만이 지배층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자 당시의 지배층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공자 당시에만?) 공자가 군자만을 말하지 않고 소인(피지배층)을 아울러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보기에, 당시 지배층은 옳음이 아니라 이익에 밝은 이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나라가 바르게 운영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올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들은 신분상은 귀족이며 지배층이더라도 지배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다.
이것이 공자의 ‘군자론’이다. 기존의 신분을 나타내던 ‘군자’를 일정한 덕목을 가진 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바꿨으며, 이것을 통해서 사회적 대의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에만 관심을 갖던 당시의 지배층을 질타한 것이다. 공자에게 중요한 것은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옳음을 추구하는 인간적인 덕목이었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군자이고 누가 소인인가? 먼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신분이 있을까? 물론 있다. 일반인들과는 ‘노는 물’이 다른, 지배층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한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민(民)이 주인(主)이라는 이념이다. 그리고 민이 주인이라는 것은 모든 민이 평등하며, 그 평등한 민이 함께 사회를 운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특정한 지배층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엄밀히 말해서 민주주의와 지배층의 존립은 모순관계, 즉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다. 이처럼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처한 쌍이 있다면, 그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이 둘 가운데 민주주의를 택하리라 믿는다.(그렇지 않다면 이 글을 읽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기를.)
이처럼 민주주의를 선택하면 우리에게 신분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분 문제는 그것을 섣불리 없애버리기에는 너무 큰 것을 시사한다. 신분, 특히 소위 ‘지배층’이라는 신분의 사람들이 일정한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한 ‘소인’의 전형을 말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신분상으로는 ‘군자’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하는 짓과 덕목에서는 ‘소인’의 전형을 보인다니.
무엇보다 이들은 ‘이익에 (매우) 밝다.’ 물론 현대 사회에는 자본주의를 모토로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대 덕목은 부의 축적이며, 이 사회에서 이익에 밝은 것은 흠이 되지 않는다. 지배층만이 아니라 일반 민중 역시 이익에 밝(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누구도 경제적 이익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런데 현실의 ‘지배층’은 나름의 특징이 있다. 그들의 행동에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솔직히 ‘아무리’는 아니고 ‘어지간히’가 맞을 것이다.ㅜㅜ) 이익이 된다고 해도 ‘저놈은 정말 나쁜 놈이다’라고 생각하는 이하고는 밥도 같이 먹지 않는다. 이 글을 읽은 이들도 대부분 그럴 것이다. 만약 연희동의 전씨나 푸른 지붕 아래에 사는 그놈과 같은 밥상에서 함께 밥먹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현실의 ‘지배층’은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해도 이해를 같이 하면 언제든지 함께 한다. 이익을 눈 앞에 둔 그들 앞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이들에게 인간적인 화합 따위는 중요치 않으며, 오로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뭉침만이 있을 뿐이다. 공자는 소인배들의 이런 특성을 다음처럼 말한다.
“군자는 조화를 꿰하며 하나로 몰리지 않고, 소인은 하나로 몰리며 조화를 꿰하지 않는다.(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이 구절은 대부분 다양성 인정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그것도 맞다. ‘和’(조화)란 같은 것들만 있어서는 불가능하다. 여러 다른 것들이 나름의 개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화’이다. 예컨대 김치찌개에 김치, 마늘, 고춧가루, 돼지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그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군자는 이처럼 다양한 것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꾀한다. 물론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옳지 않은 것(불의한 것)조차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옳음에 대한 추구는 군자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반면 소인은 무리지어 하나로 몰려간다. 마치 땅 투기꾼들이 뉴타운으로 몰리듯이 말이다. 여기에서 이들이 무리지어 뭉치고 하나가 되는 것은 이익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익’ 이외의 것을 표현하거나 택하는 것을 용납지 않는다. 그리고 이외의 것을 택하는 사람은 그 집단에서 퇴출된다.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김모 변호사의 경우가 이것을 잘 보여준다. 공자가 말했던 소인의 모습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 사회의 지배층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했던가? 따지고 보면 상층도 아닌 이들의 이익 추구 문화는 일반 민중들의 사고까지 잠식하고 있다. 민중들에게도, 집이라는 것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재산 축적과 증식의 수단이 된지는 이미 오래며, 자식을 상층에 진입시키기 위해 남을 짓밟는 법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민중들은 이익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옆 사람의 불행을 보고 최소한 안타까워할 줄 안다. 그리고 먹고 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촛불 들고 나오고, 그도 못하면 술자리에서 언성을 높여가며 분노를 표하기도 한다. 이것은 옳지 못한 것을 보고서 분노할 줄 아는 것이며, 최소한 옳음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익’이라는 가치 추구에서 일탈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애당초 지배층에 진입할 수 없으며, 역으로 진정한 지배층, 이익이 아니라 옳음을 추구하는 군자가 될 소양을 갖고 있다. 옆 사람이 굶고 있을 때 나도 넉넉지 않지만 밥 한 술 보태주는 심성이 있다. 앞에서 말했던 ‘和’는 곡식을 뜻하는 ‘禾(화)’와 입을 뜻하는 ‘口(구)’의 합성어이다. 즉 곡식을 나눠먹는다는 것에서 ‘和’라는 글자가 나왔다. 먹을 것을 나눠먹으니 얼마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이겠는가. 작년 촛불에서 커피를 타주고, 수박을 나눠먹고, 심지어 보약까지 나눠먹는 그런 화합과 조화가 민중들에겐 있다.
물론 이런 조건이 구비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지배층이 될 수 있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기본에 깔리지 않고서는 어떻게 군자가 될 것인가.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제는 이 마음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자를 추종했던 맹자의 말에는 “내 부모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확장시켜) 내 이웃을 사랑하고, (또 그 마음을 확장시켜 나와 다른 취향, 문화를 가진) 온 인류를 사랑하라.(親親, 仁民, 愛物-의역한 것임)”는 구절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너무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 이런 방법이 구조적 변화를 앞당길 수 있지는 않을까?
마지막으로 공자의 인간 사랑(仁)에 대한 언급 한 마디.
“사람으로서 타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예(禮) 같은 것은 무슨 소용이며, 사람으로서 타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음악 같은 것은 무슨 소용이겠는가.(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뱀 발) ‘예’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예의범절을 생각한다. 하지만 공자에게 ‘예’는 매우 넓은 범위를 가진 개념이다. 크게는 국가의 제도로부터 작게는 개인간의 예의까지를 포괄한다. 이러한 예 가운데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제례(祭禮)인데, 제례는 제사를 의미한다. 그리고 제례의 참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축제(祝祭)이다. 축제에서는 그 구성원들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상호간의 우의와 화합을 다진다. 즉 제사의 원래 목적은 성원들의 화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예는, 예의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처럼, 신분에 따른 차등 역시 중시한다. 오늘날에도 부자간, 사제간, 윗사람과 아랫사람 간에 예의가 있다. 즉 구분이 예의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예란 성원의 화합을 추구하면서도 성원의 신분을 나누는 성격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구분의 요소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예를 행할 때에는 음악을 연주한다. 음악의 삼대 요소인 멜로디, 리듬, 화음(和音) 중 화음을 활용한 것이다. 즉 음악에서 다양한 음들의 조화를 중시하는 것을 따와서 음악을 통해서 예의 구분하는 요소를 중화시키는 것이다. 지금도 서울 종로4가 종묘에서 제례를 행할 때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원래는 이런 의도에서다. 따라서 예와 악은 함께 병용되며, 당시 신분 사회에서 사회 성원의 단합을 추구하는 국가의 중요 행사가 바로 제례였다. 공자는 이러한 중요 행사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서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아무리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해봐라. 한편에서는 죽은 사람 장례도 못치르고 있는데….
(뱀의 발이 너무 길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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